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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오후가 무슨 뜻이야?
몇년전 꽤 진지하게 만난 화창한 오후란 닉네임을 쓰던 아이에게 그 뜻을 물었다. 몸이 약해 화창한 오후의 햇살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 닉네임을 그리 지었단다. 도이창 카페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시 치앙라이로 향하는 이 길. 선글라스를 끼지 않아도 좋을 따뜻한 햇살을 두 눈으로 머금으니 화창한 오후란 닉네임을 쓰던 그 아이가 떠오른다.건기에 저며든 태국 북부를 추천하는 이유로 맑은 하늘을 꼽고 싶다@super-traveler.com
오토바이를 잠시 멈추고
능선 위 원두막에 앉아 노을을 본다.
10월 5일 시작한 내 여행.
그래 여행인지 도망인지 모를 이 시간
고약했던 이별,
치욕스러웠던 퇴사
이러다 몸에 곰팡이가 피겠지
은둔과 우울의 끝을 보자
자책의 결과물을 확인하자며
그 모습은 마치 불탄 카라멜 같을까?
다 내가 미안하다.
모두 내 잘못이다.
못난 내 탓이다.
나는 소멸된다.
나는 없다.
침대에만 누워 한달을 보냈던 나는
묏자리를 찾으러 떠난건지,
아니면
살고 싶어 떠난건지
정신차려 보면
카오산로드를 서성이고,
또 정신차려 보면
하노이 거리를 걷고 있고,
코사멧 해변가에 누워 낮잠을 자고
아유타야의 불상을 멍하니 보고 있고
도대체 이 여행에 의미와 철학은 있을까?
그저 걷고 있던 거지.
내가 사랑하는 노랫말처럼
별다른 이유 없이,
꽃다발 가득한 세상의 환상
오래 전 버렸고
가끔씩은 굴러 떨어지기도 하겠지만
하지만 중요한건
정말 중요한건
난 아직 이렇게 여행을 하고 있다.
이 화창한 오후의 햇살이
마치 내게
이제는 모두 잊고
그정도 힘들어 했으면 됐다고,
이제는 여행을 하며 즐기라 말하는듯 느껴지니
내 뺨에 뜨거운 그것이 뚝뚝 떨어진다.
부모님과 동생
마지막 나를 지켜준 수레실 친구들
사랑했던 여자
미워했던 여자
좋은사람 그리고 나쁜사람
모두가 필름처럼 스쳐간다.
멈춤없는 눈물은
“혼자 이 풍경을 봐서 미안해”
라고 말하는듯 하다.
이렇게 멋진 곳을 두고,
그동안 나는 필요 이상으로
바빴고, 우울했다.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고,
눈꺼풀로 느껴지는 따뜻함 흡수하며
내 감정을 마음으로 기록한다.
고맙다 도이창.
고맙다 치앙라이.
오토바이를 세우고, 아이폰으로 담은 도이창@super-traveler.com
스스로 치앙라이어라 칭한
그 시작이 오늘이다.이제는 내게 던진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것만 같다.
모두 내려놓고,
여행을 즐긴다.
여행중 처음 울어본
수줍은 고백을 부끄러워 하며
101번째 에피소드를 끝마친다.
도이창@super-travel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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