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 - 124회. 미얀마까지 한눈에, 치앙라이 도이퉁
태국에서 120일 #124-미얀마까지 한눈에, 치앙라이 도이퉁
이전글 - 123화. 태국 파야오 태국에서 120일 #123-태국 파야오. 그리고 끝나지 않은 러이크라통 지난글 - 122편 치앙라이에서 파야오로 태국에서 120일 #122-은둔의 도시 태국 파야오를 가다 지난글 - 121편 조..
www.super-traveler.com
여행은 늘 환상이 현실로, 그것의 동력은 우연이었다. 믿는 종교가 있었다면 '신의 뜻'이라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메파루앙 가든에 큰 관심이 가질 않아 그저 오르막길 따라 끝까지 갔을 뿐이다. 30여분을 올라 군 초소가 보였고 처음에는 나 같은 민간인 출입금지 지역이라 생각했지만 언덕 너머로 얼핏 보니 도이창에 이은 엄청난 풍경이 보인다.
입구에 병사는 보이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보니 몇몇 병사가 보인다. 사진 촬영을 해도 괜찮냐는 제스처를 취하니 태국인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OK 사인을 보낸다. 사실 이곳은 군 초소 이긴 하지만 관광지이기도 했던 것이다.
내가 며칠만 머물 생각으로 온 치앙라이에서 발목을 잡힌 첫번째 풍경은 도이창이었다. 내 평생 이런 풍경을 태국에서 볼 수 있을 줄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산등성이의 연결은 꼭 우리처럼 산림이 울창해야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란 미의 새로운 관점을 내게 스며들게 해 주었고, 초원과 평야 또한 새삼스럽게 무척 아름답다 느끼게 해 준 계기였다.
도이창을 감히 압도하는 풍경을 도이뚱에서 만나다니.
대나무로 만든 창살이 국경이다. 철조망과 지뢰로 마주하는 우리와 너무 다르다. 정말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 말만 몇번을 읊었나 모른다. 자유롭게 국경을 오고 가는 유럽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증오도, 완전한 자유 또한 불편해하는 내 성격과 맞닿아있다.
멍청한 표정으로 앉아 경치만 바라보았다. 저 멀리 미얀마 샨주로 시선을 고정시키고 그래도 시력 하나는 좋은 나를 자찬하며 얼핏 보이는 미얀마인들을 관찰했다. 곧 태국인 한 무리가 시끌하게 오더니 웨딩촬영을 한다. 인정한다. 여기만큼 좋은 곳도 없다.
태국 북부의 건기 날씨답게 구름은 변화무쌍해 사진에 재미를 더 해준다.
정치 쪽에서 일을 했던 나로서, 우리 발전에 해가 되는걸 다름 아닌 '이념'으로 종종 꼽기도 했다. 21세기에 와서 정체된 대한민국이 다시 뛰오를 가치로 '실리'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남북 모두 최소한의 장치만 남겨둔 채 경제적 왕래가 가능하면 서로에게 얼마나 이득일까? 유럽까지 흉내 낼 필요도 없다. 적어도 치앙라이 그리고 따찌렉처럼 말이다.
우리식 표현으로 '빠진' 태국 병사들을 보며 내심 부럽기까지 했다. 집 떠나온 외로움은 같겠지만 총대신 빗자루 등 정비 도구를 쥐는 그들이 부러웠다. 같은 군복과 머리의 모양인데 억울한 생각까지 든다.
치앙라이 메사이의 태국-미얀마 국경초소 외 딱히 표현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단지 시내에서 도이뚱으로 출발해 길따라 쭈욱 올라왔을 뿐인데 가슴 떨리는 경치를 마주하게 됐다. 오늘 저녁 소주라도 한잔 하고 싶은 기분이다.
태국에서 120일 #99-도이창, 태국에 이런곳이
이전글 ep98-치앙라이 메수아이 댐 웹검색으로 어제 갔던 메수아이 댐 뒤로 코끼리를 닮은 산이란 뜻의 도이창(Doi Chang)이란 유명한 지역이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된 나는, 안그래도 댐에서 담아온 사진이 마음에..
www.super-traveler.com
두시간정도 앉아있다가 다시 올 명분을 살포시 남겨둔다. 치앙라이에 또 발목 잡힌 나를 보며 내려오는 길 소수민족 마을을 잠시 둘러보고 서둘러 치앙라이 시내로 다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