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15년 10월 27일 화요일. 이곳은 방콕의 북쪽에 위치한 아유탸야다. 지난 새벽 지금껏 태국에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폭우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매서운 비바람을 보며 다시금 동남아에 있다는걸 상기한다. 다시 잠드려는데 아유타야에서 첫날 무리를 했는지 몸이 뻐근해 다시 잠들기가 어렵다.
오전. 편의점에서 타이레놀을 사고 어제 미쳐 보지 못한 유적지와 박물관으로 향하려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발걸음을 멈춘다. 숙소 주변을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다가 다시 숙소로 돌어온다. 온수로 샤워를 하며 막연히 다음 여행지를 떠올려본다. 컨셉도, 계획도 없는 여행은 이럴때는 단점이다. 이유는 생각의 흐름이 나무 뿌리처럼 제각각 흩어지기 때문이다.
아유타야@super-travel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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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아유타야는 오늘까지만 머물기로 결정했다. 물론 이 매력적인 도시에서 며칠간 머물며 지난 역사를 탐구하는 것도 의미는 있겠지만 슬며시 다른 국가에 대한 호기심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중국남부,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그리고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까지, 이 자연스러운 생각의 흐름은 다름아닌 태국에서 이웃국가로 향하는 방법은 다양하고 무엇보다 항공권이 무척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럴때는 섬나라 한국이 아쉽기만 하다. 가까운 해외여행은 중국과 일본중 저울질을 해야한다. 그외 대만, 홍콩 정도가 되겠지. 그저 여러국가에 둘러쌓인 이곳이 부럽기만 하다.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전혀 다른 문화권으로의 여행이 가능하다. 시간날때 스카이스캐너 어플을 보며 상상력을 키운게 화근이다. 한국에서 6시간 미만 거리의 태국도 우리는 가까운편이라 이야기 하지만 역으로 태국에서 그 시간이면 유럽까지 도달한다. 지리적 이점이 이토록 중요하다. 싱가포르가 경제적으로 성공한 배경을 추론해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 산 이신발의 컬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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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주류판매 금지일이다@super-traveler.com
나는 그렇게 아이패드를 만지며 나만의 핫플레이스를 찾으며 시간을 보냈다. 딱히 저녁밥이 생각나지 않아 맥주를 사러 밖으로 향한다. 그러나 오늘은 맥주를 팔지 않는다니 아 이게 그 말로만 듣던 태국의 주류판매 금지날인가 싶었다.
태국은 특정 기념일에 주류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그중 오늘은 '완억판사'로 스님들의 참선수행이 끝나는 날을 기념한다. 앞서 '카오판사'가 있는데 영어로 Buddhist Lent Day라고 한다. 7월말 혹은 8월부터 3개월 간의 우기 동안 스님들은 절에 머물며 수행을 시작하고 이날을 기념한다. 물론 이때도 주류판매는 금지다. 수행이 끝나는 완억판사를 영어로 End of Buddhist Lent Day라고 한다. End가 붙으니 무슨 의미인지 가늠 할 수가 있다.
여행전 불교기념일, 왕과 관련된 행사, 어머니날, 아버지날등 태국에는 주류판매 금지날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직접 마주하니 맥주를 마시지 못한 아쉬움 보다 태국의 술을 팔지 않는 날을 경험한 것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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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건 한 백인 남성들이 골목길에서 맥주가 가득담긴 봉투를 들고 나온다. 눈이 마주쳤는데 내가 묻기도 전에 “맥주 어디서 샀는지 궁금해?”라며 말을 걸더니 친절히 위치까지 알려준다. 마치 히든 플레이스를 알고 있다는 자부심과 개척자라도 된듯 자신감이 넘쳐있다. 가끔 여행자들끼리 묘한 의리같은게 느껴지는데 이런 짜릿한 정보의 공유를 서로 아끼지 않는다. 결국 나도 그들이 알려준 구멍가게에 가서 맥주를 구입했다. 대마초나 마약도 아닌데 뭔가 은밀한 거래를 한 기분이다.
“Thank you guys..!! 그리고 부처님 용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