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글 ep103-러이끄라통 전야제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들에 말문을 잃었다
-러이끄라통에서-
2015년 11월 25일 경험한 러이끄라통을 3편으로 나눠 올리는 이유는 사진과 영상 때문인데, 지금까지 여행기에는 아이폰 6 플러스로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고 이무렵부터 갖고 간 작은 미러리스인 Sony A5000을 겸해 촬영하기 시작했다. 여행이 깊어지며 블로그를 염두해둔것도 이때부터였다. 조금씩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운 풍경과 정보가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폰으로는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 트위터에 소개하기에 큰 무리는 없으나 블로그는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1편은 아이폰 6+로 담은 사진을, 2편은 Sony A5000으로 담은 사진을, 3편은 동영상을 올려본다. 사진이나 영상촬영 실력이 탁월히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러이끄라통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희망하며 에피소드를 시작해본다.
치앙라이 아리랑식당@super-traveler.com
오래간만에 한식으로 하루를 시작해본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여행중 처음 있는 일이다. 오늘은 러이끄라통 Loi Krathong(ลอยกระทง)축제일로 아침부터 괜히 들떠있다. 장기 여행중이고 무너질까봐 한식을 피하려 했지만 축제 분위기에 흐트러진 것이다. 숙소 바로 앞에는 아마도 내 생각에 태국내 한식당중 최고는 아닐까 생각하는 치앙라이 아리랑 식당이 있는데 그곳에서 김치찌개를 시켜 먹는다.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해가 지면 축제가 시작되니 낮에는 Mae Yao 지역 아카족들이 운영하는 코끼리 마을(Elephant Camp)로 간다. 다름아닌 이쪽 길이 드라이브로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끼를 보는걸로만 만족한다. 코끼리 트래킹은 여행중 한번도 이용해본적이 없다. 운영 방식을 알기 때문인데 주민생계와 동물학대를 보며 갈등을 느꼈기 때문으로 그저 여행자의 한사람으로서 감정 이입의 경계를 어느 수준까지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오후까지 그렇게 시간을 흘러 보냈다.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해가지고, 수많은 인파가 한 장소로 향하는걸 느낄 수 있었다. 어제 갔던 콕강(Kok River) 유원지로 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내 기분은 크게 흥분되지 않는다. 다름아닌 이 장소, 이 공간에 있다는걸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전까지 러이끄라통이 뭔지도 몰랐던 나 아닌가.
유원지에서는 어제 봤던 뱀쇼는 오늘도 이어지고, 사람들은 몰려 신기하게 구경을 한다. 노점에서는 맛있는 음식들을 팔고. 인형뽑기, 물풍선 던지기, 구제 옷을 파는 상인, 장난감을 파는 상인 그리고 노부모를 모시고 온 부부, 남녀커플, 태국 특유의 동성애 커플, 교복입은 학생들, 꼬마들.. 그렇게 서성이다 잠시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을 잊는다.
앞서, 혼자만 이 축제를 즐기는것에 대한 미안함이랄까? 페이스북에 소원을 남겨주면 종이에 옮겨적어 끄라통(배)에 띄워 보내겠다는 나만의 이벤트를 했는데 몇몇 친구들이 답글을 남겨왔다. 메모지에 옮겨적고 거금 만원과 100바트를 넣어 멋진 끄라통을 구입해 안에 담았다.
@super-traveler.com
불을 붙이고 기도를 했다. 가족의 건강과 내 앞날에 행운이란 특별하진 않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소원을 빌고 강물 위로 끄라통을 띄운다. 놀라운 광경은 허리 높이의 깊이까지 콕강(Kok River)에 들어가 시민들이 띄우는 끄라통이 강위로 잘 흘러가게 돕는 사람들이 있었다. 페이를 받는 사람들인지, 자원봉사자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은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몇시부터 강물 안으로 들어간건지 입술도 파랗게 질려있다. 태국의 11월은 겨울의 시작으로 나같은 한국인에게는 서늘한 초여름의 날씨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내가 놀랐다고 표현한 이유는 그들의 헌신도 그렇지만, 힘든 내색을 보이지 않는 그들의 표정으로, 시민들이 띄우는 모든 끄라통에 정성을 다 한다. 중간 수초에 걸려 떠내려가지 못하는 끄라통이 있으면 물길을 해집고 가 잘 떠내려가게 돕는다. 내심 이 축제가 단순한 의미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내 소원도 콕강의 물줄기를 따라 유유히 흘러갔다. 눈에서 보이지 않을때까지 나와 친구들의 소원, 그리고 만원과 백바트가 담긴 끄라통에 시선을 맞춘다.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다시 강가를 걷는다.
사진속 분위기와 달리 사실 러이끄라통 축제 자체가 무척 시끄럽다. 스피커로 뿜어 나오는 태국 특유의 음악과 사방팔방 폭죽을 터트리는 사람들 때문에 귀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이 말은 혹시나 이 글을 보고 러이끄라통에 계획이 있는 분들은 태국관광청 홍보처럼 은은한 톤은 결코 아니니 대비하시는게 좋다는 말이다. 물론 그렇다 한들 이 축제가 소음으로 얼룩진 행사만은 아닌건 이 여행기를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콕강위로 끄라통은 쉼 없이 흘러간다. 해수면에 비춘 불빛의 향연은 환상적이다. 고개를 위로 치켜 들면 풍등 역시 끊임없이 하늘로 향한다. 마치 별이 되겠다는 의지처럼 풍등은 거침없이 오른다. 나는 이 풍경을 도무지 무어라 설명해야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저 모든게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다. 단순히 아름답다고만 하기에 아까운 풍경이다. 여행내내 시인과 화가를 부러워 했던 이유를 세삼스럽게 또 느낀다. 차마 사진과 글로 담을 수 없는 풍경으로 누군가 농담으로 빚을 내서라도 봐야할 축제라 했는데, 그 말이 정답이다.
축제의 끝이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콕강 유원지뿐이 아닌 치앙라이 전역에서 풍등을 올리는지, 까막득히 멀어 보이는 저 하늘에도 풍등은 보름달을 향해 유유히 올라간다.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치앙라이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인파가 넘친다. 그중 혼자 여행하는 외로움과 이 축제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이 오가는 감정의 대립을 느끼며 풍등과 끄라통에 눈을 맞추고 순간을 즐긴다. 발걸음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축제에 푹 젖어있었다. 혼자 보기 아까운 이 광경을, 그 언젠가 꼭 가족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오겠다 다짐해본다.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숙소로 돌아오는 길.
그 어느 하늘을 보더라도 풍등은 쉼없이 올라간다. 나는 오는길에 풍등을 따로 구입했는데 축제를 즐기지 못했을 숙소에서 경비일을 하고 있는 직원이 떠올라 함께 날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지금도 페이스북 메신저로 종종 연락을 할 정도로 가까이 지냈다. 왓쨋욧 사원앞 공터에서 함께 풍등을 날리니 타투샵 직원과 노점 직원이 나와선 우리와 함께 한다.
모두의 축제.
소원은 강으로, 하늘로 향해 어느 언저리에 걸쳐 나와 우리를 돌봐줄 것이란 강한 믿음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 기막힌 순간을 서툰 표현으로 기록하는게 무척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