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지령으로 나는 서울을 떠나 베트남 호치민시로 왔다. 50달러를 지불하고 워크비자를 받으니 문득 궁금해진다. 회사는 왜 나를 이곳에 보냈을까? 생산직이나 관리직도 아니다. 나는 마케터로 활동중이다. 더군다나 해외 경험이라고는 태국에서 120일을 보낸 것이 유일하다. 만약 그 경험을 믿는 것이라면 나이스 선택. 스타트업을 대기업으로 키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겠다며 호치민의 떤선녓 국제공항 비자발급 부스에서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고 나는 나름 비장했다.
공항을 빠져나와 숙소까지 가며 창밖 호치민 풍경을 본다. 하필 우기가 극성일때라 비는 쏟아지지만 여기에 게의치 않는다. 그저 비즈니스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세계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높은 베트남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등은 속임수고 출장을 빙자한 내 여행에만 집중할 뿐이다.
이미 하노이를 배낭여행으로 경험했기 때문에 도로위의 오토바이는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처음 베트남을 방문한 분들은 적응 기간이 다소 필요할 것이다. 영화와 다큐에서 본 오토바이의 낭만과 거리가 먼 그야말로 카오스 자체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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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120일 #51-우울한 잿빛도시 베트남 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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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 도착 후 며칠 동안은 한국분들을 먼저 만나야 했다. 대표님이 연결해준 네트워크로 이른바 신고식을 한 셈이다. 한분을 소개 받으면 또 다른분을 만나게 되었다. 술을 마시며 이들은 나를 길들이려 하는지, 혹은 나보다 앞선 베트남 경험을 과시하고 싶은 것인지 "여기가 호치민이냐, 강남이냐? 내가 한국사람 만나러 여기까지 왔나"란 속마음을 품고 있는 내 기분은 알지 못하고 열심히 불필요한 정보만 내게 쏟는다. 안그래도 이곳에 오기전 소주를 실컷 마셨는데 해외까지 와서 또 소주인것도 불만이었건만.
밤문화.
그리고 카지노.
베트남 여자 상대하는 법.
꽃뱀과 원나잇 구분하는 법.
이 따분한 이야기를 여기까지 와서 듣는다. 나는 고결하고 깨끗해요! 라고 말하려는게 아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 일을 하며 나는 밤문화를 메인으로 말하는 사람을 찌질이 취급을 하기도 한다. 전문용어로 좆밥이라 표현할 수도 있겠다. 맨정신으로는 이성 어필을 못하니 돈으로 승부거는 것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다. 밤문화에도 룰이 있고 매너가 있으면 좋겠으나 기댈게 따로 있지. 간단히 말해 "좆밥은 좆밥들끼리 노세요"라 말하는 것이다.
남성들이야 그렇다쳐도 여성분들은 뭐하는거지? 서울에서 뉴페이스 온 마냥 대하고 있다. 집에서 라면먹고 갈래? 분위기인 것이다. 라면 제가 끓여 먹을게요!! 그리고 라면 되게 가려 먹습니다!!
어쨌든 귀찮고 재미없는 조언과 생활팁을 들으며 나는 그저 Into the Vietnam에 대한 갈망을 더 키워갔는데 이들의 말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다름아닌 스마트폰과 지갑, 즉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쓰래기 토크를 하던 사람도 이 지점에서는 갑자기 눈빛이 또렷해진다. 그리고 당시의 내 모습을 지적해준다. 지갑을 더 안쪽으로 넣어라, 장지갑은 곤란하다. 도보중 스마트폰을 만지지 말아라.
한두분도 아니고 모두가 그러니 귀에 팍팍 꼽힌다. 베트남이 나름 치안이 나쁘지 않았던걸로 기억하는데 저렇게까지 말하는거 보면 뭔가 있는것 같다. 결국 얼마 뒤 이들의 경고를 뼈저리게 느끼고 마는데..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