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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 Thailand/태국에서 120일

태국에서 120일 #134-치앙라이에서 만난 여행자들

by 슈퍼트래블러 2020.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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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2016년 1월 태국을 여행하며 기록한 여행기로, 한참 시점이 지났지만 그 후 이곳에 매료되 매년 치앙라이를 방문했고 정착의 꿈까지 생겨 스타트업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방문은 2020년 1월 입니다. 제 개인의 여행소감은 Quip어플에 쓴 일기 그대로 살려서 올릴 것이고, 정보는 최신으로 반영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업데이트가 늦어져 죄송합니다. 

 

슈퍼트래블러는 앞으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및 페이스북, 그리고 책으로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할까 합니다. 노골적인 상업성 활동보다 제가 사랑하고 그리워 하는 태국의 다양한 모습을 여러분께 알리는데 모든 포커스를 집중하겠습니다. 사실 중국에서 슈퍼트래블러 인수(?) 의사가 있었는데 제가 거절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마이뺀라이캅~ 그 가치를 인정 받은걸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내 집무실. 아이패드로 여행의 모든 기록을 남겼다. 

여전히 호기심과 탐구정신은 살아있고 경험이 부족하다 느끼고 있지만 몸에서 나오는 기운은 어쩔 수 없나보다. 말을 거는 여행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마치 나를 대단한 장기 여행자로 대접 해주는듯 하다. 익스큐즈미~로 시작되는 대화는 도로위에서 몇분을, 혹은 카페로 이동해 몇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들은 내 말에 경청을 하며 밝은 눈빛을 보인다. 나도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었길 희망한다.

 

인생에서 한번쯤은 이런 여행을 하고 싶었다. 배낭을 메고 이곳저곳 목적지 없이 다니며 하는 여행 말이다. 이 여행의 끝이 젊은날의 사진 몇장으로 남겨질지,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기분은 개운해, 서울에 놓고 온 것들을 잊는데 속도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들과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눴던가

한번 소개한적이 있지만 나는 작년 과로로 인해 어금니 두개가 빠지는 경험을 해보았다. 잇몸이 허전하고 목에 이물질이 느껴져 뱉었더니 내 어금니였다. 그때 느낀 공포를 어떻게 설명 할 수 있을까? 반차 쓰는것도 몇번의 결제를 받고 눈치가 보여 입에 거품물고 쓰러지지 않는 이상 엄두도 못내었던 회사에서(나는 일본계 회사를 다녔었다)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던걸까? 

 

당시 차장님께 내 상황을 보고 하며 병원에 가겠다 말을 하니 보이던 표정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미안함 그 자체. 자신도 내 과정을 거쳤지만 어찌 해결 할 수 없는 회사 분위기. 퇴사만이 답이었던 2014년의 내 모습. 

 

태국에서 그동안 고생을 모두 보상 받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여행이 페이스북에 친구들이 남긴 답글 내용 그대로의 부러움과 행복은 아니다. 목적지가 없으니 때론 허무함이 밀려오기도 하고, 혼자 여행을 하니 고독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저 즐기는척 할지도 모르겠다.

이 친구는 페이스북으로 모금을 하며 사원에 기부를 했던 여행자였다

우연히 만난 여행자들과 그런 이야기를 종종한다. 우리는 왜 여행을 하는지, 떠나기전 어떤 상황에 놓였었는지. 저마다 특별한 사연을 품고 도로위에 자신을 맡기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이들에게 한국의 안좋은 모습만 소개한건 아닌가? 뒤늦게 생각이 든다. 과도한 업무량, 꽉 막힌 조직문화, 노는 법을 배운적 없는 사람들, 2박3일의 짧은 휴가문화, 호텔밖에 나올줄 모르는 사람들.. 모두가 그런건 아닌데 왜 그랬을까?

 

한국으로 돌아가면 강연 같은걸 해보고 싶다. 사실 마케팅으로 몇번 제안을 받긴 했지만 내가 누구를 가르친다는 행위 자체가 어색하다. 그러나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나는 내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가르치는게 아닌, 나누고 싶은 것이다. 

잡설은 그만하고 어제 도이뚱에서 생긴 계획을 남겨본다. 

치앙라이를 더 여행하고 싶지만 나는 어느덧 란나문화(Lanna)에 푹 빠지고 말았다. 한때 태국 북부를 점령했던 란나왕국, 19세기 태국에 흡수 되었던 이곳만의 독창적인 문화가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태국 역사서를 겨우 번역해가며 읽고 난뒤 호기심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만 간다.

 

치앙라이를 시작해 파야오, 난, 프래, 우타라딧 등 도시를 여행 할 계획을 짜본다. 크기로 치면 서울에서 강릉으로, 그리고 부산을 거쳐 목포로 또 서울로 올라가는 딱 한국 영토의 크기 정도 된다. 오토바이로 국토대장정을 하는 셈이다. 

내일은 쉐라의 어머니 집에 초대받아 놀러가기로 했다. 친구는 아예 어머니 집에서 지내도 좋다고 말을 한다. 숙박비를 아끼라는 것이다. 마음은 고맙지만 민폐라면 질색인 내 성격이라, 새로운 경험과 한국인 DNA중 마음의 저울질이 필요할것 같다. 물론 전자에 더 쏠리는건 어쩔 수 없다. 한국식으로 휴지 한박스 사들고 인사드리면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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