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글 ep7 - 방콕의 자랑 룸피니 공원
10월의 끝자락. 그러나 아직은 우기다. 룸피니 공원에서 숙소로 향하는데 비가 내린다. 비가 쏟아져도 사람들은 서두르는 법이 없다. 잠시 피할뿐이지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은 역으로 눈에 띈다. 모두가 신나는 방콕의 밤으로 향하고 있을때 나는 휴식을 택했다. 그럴만한 여유가 없을텐데 왜이러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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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피로를 먹는걸로 해소하려는지 또 식당에 출입한다. 주인은 바나나를 서비스로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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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클 호텔(Pinnacle Hotel)은 골목길 안쪽에 있어서 쉽게 찾진 못했다. 태국의 호텔과 모텔은 골목 구석에 있는 경우가 많으니 지도를 숙지 해야한다. 크고 넓은 로비에서 친절한 안내를 받고 숙소로 향한다. 싱글룸 하나를 예약했지만 방이 없어서 투-싱글룸으로 제공받는다. 이번이 두번째로 앞서 표현했듯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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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연료를 채워야 한다@super-traveler.com
욕조 딸린 숙소는 여행중 처음이라 바디 클렌저를 잔뜩 뿌려 거품을 내고 몸을 뉘인다. 나는 거품목욕을 즐긴다. 그 차분함이 좋다. 맥주를 마시며 음악들으며 쉬는게 참 좋다. 물에 들어가 아무 생각 없이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에만 집중한다. 사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건 아니다. 머릿속을 떠도는 생각을 멈추고 싶을 뿐이다.
음악을 튼다. 평소 자주 듣는 노래가 아닌데 여행중 유독 귓가에 남아 듣는 곡이 있었다. 김장훈의 <노래만 불렀지>도 그중 하나였는데 어느날 곡의 가사가 집중이 된다. 어렵고 슬픈일을 겪으니 마치 상징적인 대상을 쫓으려 한건지도 모른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인지 이 곡을 여행내내 듣고 다녔다.
눈물에 가려진 세상보며 난 노랠 불렀지
언제나 좋은 날을 꿈구면서 노랠 불렀지
이제는 다르게 살아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하지만 그건 생각뿐이었지 언제나 생각뿐이었어
김장훈의 <노래만 불렀지>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향하는 야간버스에서 여독이 쌓인걸까? 10시간의 이동거리를 처음 경험했기 때문일까? 몸이 자꾸 나른해진다. 보고싶은 사람들도 떠오르고 친구들의 안부도 궁금해진다. 생각의 흐름은 끔찍한 기억들에서 멈춘다. 이겨낼 방법을 찾지 못한 나는 잠을 청하며 지난 한달을 집에서만 보냈었다. 괴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잠을 자려 한다. 그 습관인지도 모르겠으나 목욕 후 그대로 침대에 누워 또 잠에 빠져 버렸다. 일어난 시간은 무려 저녁. 방콕의 밤거리를 걸으려 옷을 챙겨 입고 나간다.
누적피로 해소 두번째. 음식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질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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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의 교통정체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수준. 하지만 퇴근시간대 강남역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이정도면 뭐~ 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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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보다 비닐에 포장된 두부튀김은 그야말로 중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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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피니 지하철역에서 동쪽 방향인 클롱토이(Khlong Toei 꿩또이)역으로 향한다. 방콕 및 태국의 도시는 저녁이 되면 거리의 노점상들이 많아 구경할게 무척 많다. 이 풍경은 익숙한듯 하면서 지역마다 조금의 차이가 있어 경험할 가치가 있다. 큰 도로변 옆으로 노점상이 길게 늘어져 있다. 호기심에 마른생선 튀김을 구입한다. 10바트.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으니 보험용(?)으로 닭튀김을 한조각 산다. 역시 10바트. 저렴한 가격에 먹거리는 풍족하다. 이게 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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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관광객으로 북적이지 않다. 물론 태국인들로 그 자리를 대신 하는데 마치 명동이나 홍대가 아닌 왕십리나 용산을 걷듯 더 현지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분이 드는 곳이다. 로컬중심의 여행을 선호하는 내겐 카오산 로드 못지 않은 매력을 품는 장소다. 다시 호텔로 들어서는데 프론트의 직원들 눈빛이 수상하다. 그 이유는 다음 날 체크아웃을 하며 알게 된다. 쑥스럽지만 기분 좋아지는 그런 일 말이다. 맥주를 마시고 잠이 든다. 내일은 코사멧으로 향한다.
10월 21일 피나클 호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