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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 Thailand/태국에서 120일

태국에서 120일 #29-방콕에서 그린라이트

by 슈퍼트래블러 2017.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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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글 ep28-방콕의 평범한 저녁. 클롱토이


체크아웃을 하려는데 직원은 잠시 기다려 달라 말한다. 아마 유료물품 사용등 추가비용이 있는지 체크하는듯 하다. 난 해당사항이 없는데 조금 늦어진다. 속으로 냉장고의 물을 분명 무료라 듣고 마셨는데 아니었나? 따위의 소심한 걱정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어느덧 내 뒤로는 다른 투숙객들이 더군다나 백인 노인들이 나를 멀뚱히 쳐다보며 체크아웃을 하려고 줄을 서 있고 점점 초조해지는 나.


잠시 후. 


나를 상대하던 남성 직원이 손짓으로 한 여직원을 프론트 창구로 오도록 유도한다. 그녀는 이제 갓 출근했는지 유니폼 매무새를 정신없이 가다듬는다. 남성 직원은 내게 “여자친구가 있어요?”라고 묻는다. 없다고 하니까 그 다음 질문이 “혹시 게이입니까?” 아니라고 웃자 갓 출근한(?) 여직원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나를 보더니 “당신에게 흥미가 있다네요?”라고 한다.

고백아닌 고백을 받은셈이다. 

아니 체크인 할때 한번, 프론트 오고가며 인사 나눈게 전부인데 대체 무얼 봐서 이 부랑자 꼴의 남자를?


체크아웃때 고백 하려고 했는데 내가 그녀의 출근시간 혹은 업무 준비시간 보다 더 일찍 체크아웃을 하게 된 것이고 그녀의 동료들은 떠나려는 날 홀드 시킨 것이다. 실로 대단한 동료애다. 


피나클 호텔에서 바라본 방콕 풍경

@super-traveler.com


앞서 방콕부터 우돈타니 일정을 함께 한 태국인 친구 워라와란에게 태국 여성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 들으며 배우고 확실히 인지하게 되었다. 학습을(?) 기본으로 생각하면 이분의 고백은 진지한 것으로 나또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캐주얼한 감정표현이 아닌 것이다. 자존심 강한 태국 여성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고백을 한다는건 보통일은 아닌 상황이다.

 

그러나 그녀의 진지함과 달리 상황이 재밌게 흘러간건 본의 아닌 민폐로 내 뒤로 대기하고 있던 백인 노인들이 자꾸 우리를 엮으려는 멘트를 던진다. 내게 잘생겼다(일단 감사하구요~), 태국에서 직장을 얻으라, 타이 여자는 위대하다는등 전형적인 백인 노인의 썰렁한 유머를 던지며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어설픈 중매쟁이들의 전략이 먹혔는지 그 자리에서 그녀와 페이스북 친구를 맺었다. 전화번호 교환이 아닌 페이스북 친구를 맺은건 어쩌면 내가 벽을 친건지 혹은 체면 때문인지 모르겠다.

120일간의 여행기.

언젠가 끝에 소개 할진 모르지만 당시 나는 이성에게 마음을 가질 정신상태도 심적 여유도 없었다. 만약 정상적 사고였다면 친구 워라와란에게 먼저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친구는 친구로서 오래가고 싶은 나였기에 감정 제어를 하고 그럴일을 만들진 않았겠지. 뭐 말이 그렇다는 것이고 어쨌든 연애에 무감한 사람은 아니다. 그땐 그럴만한 마음속 상처가 있었다. 그걸 치유하기 위해 이 여행을 하는 것이고.. 그래 어쩌면 쓸데없는 자기검열 일지도 모르겠다. 필요 이상의 절제.


태국 북부 '난'의 왓푸민 벽화는 매우 유명하다. 과거 태국인의 삶이 그대로 기록되어있다. 난은 치앙라이 다음으로 태국에서 가장 사랑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앞으로 여행기에서도 '난'을 다룬다.

@Wat Phumin. Google


그런 사연이 없었다고 한들 너무 어리고 애띤 얼굴이라 아무리 노오오오오력을 해도 이성으로 안보였을거다. 내겐 그만한 조카가 있다. 앞으로 여행중 몇번 메세지를 주고 받았지만 딱 그뿐이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페이스북 친구로 남아있고 서로 언어가 달라 엉터리 번역에 무슨 이야기를 쓴건지 모르겠지만 내 글에 '좋아요'도 적극적으로 남긴다. 그리고 남자친구도 생겨 데이트 하는 사진에 내가 답글을 쓰기도 한다. 내겐 이렇게 추억을 공유 할 수 있는 태국인 친구가 생겼고, 그녀에겐 한국인 친구가 생긴 것이다. 이걸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다.

태국에서 첫 그린라이트를 기분좋게 경험해보았다. 잠깐..! 첫 그린라이트라면 또 있다는 이야기일까?

ps : 이글을 쓰며 페이스북 메신저로 오래간만에 안부를 물었다. 수쿰빗의 호텔로 이직했다며 방콕에 올때 숙소예약은 본인이 도와준다는 의리를 발휘한다. 그리고 결혼을 준비중이라는 좋은 소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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