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120일 #39-방콕 후아람퐁 기차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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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눈으로 하루를 보냈다. 그동안 하지 않던 행동에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 이전에는 딱히 계획없이 간단한 검색 후 직접가서 부딧치는 여행을 했었다. 그러나 지난밤 태국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마치 처음 태국에 여행 온 사람처럼 말이다. 각 지역별 특징, 역대 왕조와 역사, 간단한 회화등 이런 지식들이 배경이 되면 여행은 더 즐거워진다.

무엇보다 지금 이곳이 인천공항이 아니라 방콕이란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언젠가 오늘을 회상할때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라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미래를 위해선 앞으로의 일정이 매우 중요하겠지. 일탈? 반항? 객기? 모험? 그 첫 시작을 아유타야에서 하기로 했다. 기분이 이러니 컨디션도 무척 좋다. 아유타야는 방콕 근교에 위치해 가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나는 기차를 타고 향하기로 했다.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한껏 여유를 부리다 택시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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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서울역에 해당하는 후아람퐁 기차역(Hua Lamphong railway station)의 첫인상은 마치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세트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낙후됐다기 보다 건축양식과 분위기가 사뭇 그리 느껴진 것이다. 아유타야까지 가는 기차는 총 3종류로 숙박, 식사, 교통은 따로 정리해보기로 한다. 나는 가장 저렴한 선풍기를 갖춘 기차를 예매했는데 불과 15바트이다. 내 여행의 컨셉인 Into the local..!즉 되도록 로컬 여행에 맞추기 위해 택했다기보단 우연히 시간대가 맞았을 뿐, 보기만 해도 그 연식이 느껴지는 옛날 기차지만 사실 언젠가 다큐 <기차타고 세계여행>을 봤을때 창밖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풍경을 감상하는 여행을 상상을 해왔던 터라 내겐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Hua Lamphong railway station@super-traveler.com

15바트의 저렴한 가격. 환율계산을 할 이유도 느끼지 못했다. Hua Lamphong railway s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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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a Lamphong railway station@super-traveler.com

기차는 예상보다 20여분 늦게 출발했다. 제시간에 출발하지 않는건 미리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 한들 크게 게의치 않는다. 여행중 이런 일들에 예민해지면 모든게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중요한건 이곳은 한국이 아니지 않나. 이또한 낭만으로 생각하고 자리를 잡고 사람들을 관찰한다. 그러나 이런 여유는 한국에 오면 바로 물거품. 1분이라도 늦으면 열을 낸다.

기차가 출발한다.
방콕 근교의 모습을 눈으로 담는다. 대도시 주위의 개발 계획인지 여기저기 공사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알아듣긴 어렵지만 호텔방에서 태국 뉴스를 보면 계약체결 하는 장면이나 도시개발 계획 프리젠테이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나라의 발전에 전혀 이견은 없으나 저렴한 물가와 태국 특유의 정서는 영원히 유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은 이기적인걸까?

선풍기의 효과가 시원히 느껴지진 않아도 그렇게 더운것도 아니다. 승무원이 티켓 검사를 하고, 상인들이 기차에 올라 과일과 음료를 판다. 그저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비슷한 풍경일지도 모른다. 그걸 바라보고 음미하는 내 시각만 다를 뿐이다.

기차는 천천히 달린다. 더 천천히 가도 좋다. 이제부터 내게 남은건 시간뿐이다. 다시는 올 수 없는 오늘을 위해 창밖의 태국 풍경을 하나라도 더 마음에 담는다.

한국에 안가길 정말 잘한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