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류경식당으로 향하는 길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이를테면 동남아로 향하는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의 북한식당 방문을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정치적 트러블을 말하는 게 아니다. 식사하며 즐기는 북한 여성들의 공연은 그저 잘 훈련된 모습을 보는 것일 뿐, 전혀 전통적이지도 경험으로서의 가치도 없다 생각했다. 이 어색한 부조화를 굳이 외국까지 가서 보는 그들의 여행 소비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긴 이곳이 아니면 어디서 본단 말인가. 이유야 어쨌든 나또한 그리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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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기다린다.@super-traveler.com
한시간 남짓 걸리는 시간 버스안에서 묘한 풍경을 목격한다. 노인이 버스에 오르자 서로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다. 혼잡할때는 승무원이 앞자리에 앉은 승객에게 말하니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한다. 한국외 타문화권의 이해도가 높진 않으나 노인공경 문화가 이토록 우리와 닮아있는 모습에 무척 놀랐다. 베트남도 우리와 같은 유교문화권인걸 알고 있었지만 그 문화의 절정을 목격한 것이다.
이동하는 버스안에서 다양한 풍경을 경험하며 사람 구경을 한다. 구글맵을 보니 목적지 근처에 온듯 하다. 벨을 눌러 하차 준비를 한다. 그러나 식당을 찾을 수가 없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super-traveler.com
이런곳에 식당이 있을리가..@super-traveler.com
분명 검색 결과대로 온건 맞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식당은 없다. 사실 식당이 있을 위치가 아니었다. 이곳은 하노이의 흔한 서민들 거주지로 오죽하면 이런 외진 곳을 임대해 식당을 차렸을까? 북한이 요즘 어렵긴 하나보다 따위의 상상이 들 정도였다. 골목길을 몇번이나 누볐는지 주민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다운받은 식당 사진과 베트남어 주소를 보여주며 이곳이 맞는지 여쭤보았다. 무어라 말씀하시는데 알아 들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곳이 아닌것은 확실히 알아 들을 수 있었다.
근처를 몇번이나 배회했나 모른다@super-traveler.com
그와중에 신기한게 보이면 사진에 담는다@super-traveler.com
단념할까 생각해봤지만 다른 검색결과에 류경식당이 경남빌딩 근처에 있다는 글이 보인다. 기왕 이곳까지 왔으니 끝을 보고싶다. 구글맵을 보니 도보로 30분정도 소요된다. 문제없다. 다시 기운내며 경남빌딩으로 향한다. 그런데 잠깐만? 경남빌딩은 한국 기업인가?
구글맵을 이용할때는 모든 네비게이션이 그렇듯 소요시간을 맹신하면 안된다. 개인차가 있다. 말이 30분이지 이곳은 서울도 아닌 베트남 하노이다. 길을 잃기도 했고, 공원에서 운동을 하는 하노이언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여행내내 운동화가 아닌 조리를 신고 걸어 속도도 나질 않는다.
경남빌딩에 도착했다. 하노이 시내 치곤 높은 고층건물이라 찾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또 어떻게 찾아간단 말인가. 이 말은 마치 강남 코엑스 근처에 있는 유명하지도 않은 식당을 위치도 모른채 찾아가는 꼴이다. 근처를 배회하는데 꽤 많은 한국식당들이 보인다. 레스토랑 타입이 아닌 대중적인 식당들로 여행하며 처음 본 광경이다. 마치 코리안타운에 온듯한 느낌이다. 그러고보면 이근처에서 많은 한국 기업의 간판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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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한국식당@super-travel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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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앞에 주차하고 나오는 부부가 한국인임을 느낄 수 있었다. 공손하게 류경식당 위치를 아시냐 여쭤보니 위아래로 나를 훑고는 그런곳 들어본적이 없다며 나의 감사인사를 들을 틈도 없이 지나간다. 기분이 나쁘다기 보다 쇼윈도에 비춰진 내 모습을 한번 더 확인할뿐이다. 살면서 수염을 이렇게 길러 본적이 있을까? 그래도 한국에 있을때 외형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지금 내모습은? 보기에는 이래도 꽤 많은 사연을 안고 여행하고 있는데 그런게 보일리 있겠는가.
하노이도 개발중!@super-travel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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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빌딩. 롯데시네마등 즐길거리가 넘치는 하노이의 랜드마크@super-traveler.com
식당 앞에서 길을 물었으나 차가운 반응을 느꼈다. 그와 별개로 이곳에 들어가 삼겹살이나 실컷 먹을까? 하는 유혹에 휩쌓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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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을 경남빌딩 근처를 멤돌았는지 모른다. 한국인들은 꽤 많이 보였지만 말을 걸기 싫었고 식당에서 술을 마시는 그들의 큰 목소리와 욕설 섞인 대화들은 거리까지 세어나간다. 난 그 말이 듣기 조차 싫었다. 기분탓인지 이곳은 하노이언과 한국인의 조화가 없다. 마치 서울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국어가 서툰 베트남인을 보는 기분이다.
해는지고 다리가 아프다. 오죽하면 발에 물집이 다 잡혔을까? 이 조리로 함께 한 시간이 얼마인데 마치 새신을 신은것 마냥 불편하기 짝이 없다. 같은 검색 결과의 반복인 폰을 보다가 담배를 피고 돌아가야 하나 말아야 하는지 고민으로 시간을 소비한다. 그러다 정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노점에서 돼지갈비에 소주를 마시는 한국인에게 가서 길을 여쭤본다.
하노이의 한국식당. 이곳을 이용하는 손님께 길을 여쭤보았다@super-traveler.com
이 멋진 건물에서 류경식당까지 도보로 5분! 거의 다 왔다@super-traveler.com
“안녕하세요 선생님. 제가 지금 여행중인데요, 이쪽에 북한식당이 있다고 해서 와봤는데 혹시 아시는지요?”
“저기~ 보이시죠? 저기서 왼쪽으로 가신 다음에...”
순간 머릿속이 선명해진다.
말씀해주신 길을 충분히 숙지했음에도 나는 그들의 심리를 한번 더 응용한다. 구글맵을 띄워 보여드리며 길을 한번 더 여쭙는다. 특히 한국남자들. 아니 전세계의 모든 남자들중 길을 묻는데 친절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적어도 이 질문 만큼은 적극적이다. 아까보다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시며 한마디 덧붙이신다.
“근데 거기 맛없어요~”
“경험삼아 한번 가보려구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면 여행중 처음으로 한국인의 도움을 받았다. 조금전까지 예민했던 내 감성을 반성한다.
맛이 있든 없든, 냉면이 아니라 쫄면이 나오든 나는 간다 류경식당!
주소를 보고 찾아간 곳은 1번. 그러나 잘못된 주소였다. 다른 검색결과에 경남빌딩 근처에 있다하여 찾아간 곳이 2번. 결국 도움을 얻어 제대로 된 정보로 찾아간 곳이 3번인 류경식당이었다. 지금 생각하보면 1번 바로 옆에 있었는데 한참을 돌아 다닌 것이다.
@google map
by슈퍼트래블러
-잘못된 류경식당 주소(가지말것)
https://goo.gl/maps/VQn5AEdPPF32
-경남빌딩
https://goo.gl/maps/vhtSFdZMs9m
글과 큰 연관은 없지만 민족애(?)로 사진속에 나오는 한식당 주소도 함께 첨부합니다.
-한식당(대구요리전문점 까시)
https://goo.gl/maps/ChvLnR2bhLR2
-한식당(삼겹살 무제한)
https://goo.gl/maps/DTKgUXxr4nm
-한식당(삼원 숯불갈비)
https://goo.gl/maps/yEcuB8SgS9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