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글ep60-하노이 대학교를 가다
그 시절 아시아의 역사가 그러했듯 베트남 또한 프랑스 식민지의 아픈 역사를 겪었다. 음식과 건축 등 식민 역사의 흔적은 지금까지도 뿌리 깊게 남아있는데 그중 하나인 롱비엔 다리에서 과거 흔적을 추적한다.
에펠의 흔적@super-traveler.com
하노이 대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여행자 거리로 돌아와 롱비엔 다리까지는 걸어간다. 가까운 거리로 굳이 구글맵으로 네비게이션 세팅을 하지 않고 동서남북 방향만 숙지하고 쉬엄쉬엄 걷는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은 상상으로는 수백 번을 가보았다. 실제로 가봤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다큐, 소설, 여행자의 글과 말을 통해 에펠탑은 마치 한 번쯤 다녀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친숙하다. 그 에펠탑을 설계한 건축가 알렉상드르 귀스타브 에펠(Alexandre Gustave Eiffel, 1832년 12월 15일 ~ 1923년 12월 27일)이 설계했다고 하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는데 시간의 빛바램인지 롱비엔 다리는 흉물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다.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이곳에서 예술적 가치를 찾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근대문화 유산의 시각으로 감상하는게 낫겠다. 시대적 배경과 다리의 용도는 세계 박람회를 위해 세워진 구조물인 파리의 에펠탑과 다르다. 그러다 오래 된 낡은 다리지만 오토바이 통행량이 무척이나 많고 여전히 기차가 지나가는 중요한 다리다.
다리끝으로 향하진 않았다. 나 혼자 지나가기에도 벅찬 좁은 인도로 걷자니 피로감이 밀려온다. 다리 중간에 뷰포인트로 꾸며진 공간이 있어 그곳에서 한참을 흐르는 홍강과 하노이 풍경을 감상한다. 뒤로는 쉴세 없이 쏟아져 나오는 오토바이와 기차가 지나가고 다리 아래에는 빈민촌이 있다. 시선을 홍강으로 향하고 내가 여행중인 이 나라에 대한 생각에 잠긴다.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사실 롱비엔 다리에서 프랑스의 흔적을 찾으려는 내 의도는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에펠이란 인물만을 놓고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으로 이곳에 왔을지도 모르겠다. 무려 식민흔적 앞에서 말이다. 흡사 외국인 여행자가 짧은 식견으로 한국에서 일본의 흔적을 쫓는다? 그럼 참 서운했을 것이다. 뷰포인트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동안 베트남을 보는 나의 시각에 균열을 내야겠다 생각을 한다. 단순히 프랑스 식민지 시절과 베트남 전쟁과 공산주의 국가 밖에 모르던 나였다. 무지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간다. 말을 안해서 그렇지 베트남인들의 프렌들리는 태국인 못지 않다.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호텔 스탭 및 투숙객들과 꽤 친해졌다. 그들은 오늘 저녁 함께 맥주를 마시자고 내게 제안을 했고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서두른다.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석양을 보며 걷는 롱비엔 다리.
뭔가 우울한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