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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 Thailand/태국에서 120일

태국에서 120일 #65-나의 쿨한 베트남 친구들 part2

by 슈퍼트래블러 2017.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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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이드를 해준 따오를 위한 점심대접은 저녁으로 미뤄졌다. 교대근무라 식사보다 휴식이 급한 그녀였다. 택시를 타고 호안끼엠 호수까지 나를 이끌어주곤 집으로 향하는 따오. 고맙고 미안했지만 저녁에 술까지 더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기로 약속을 한다.

그렇게 따오를 보내고 나야말로 배가고파 여행자 거리의 노점에 앉아 고기야채 볶음면을 시켜 먹었다. 모닝글로리(물미나리) 볶음인지 맛이 아주 좋다. 그런데 주인께서는 내가 시키지도 않은 쌀국수를 테이블위에 턱하니 갖다 놓는다.

“저 이거 시킨적 없는데요?”


차돌박이와 물미나리(모닝글로리) 볶음면. 영어 메뉴만 보고 주문했다. 하노이 올드쿼터에는 이런 노점 식당이 매우 많다.

@super-traveler.com


누군가 쌀국수를 주문해줬는데@super-traveler.com


대각선 방향에 앉은 여성과 눈인사를 나눴는데 그녀가 시켜준것이다. 베트남에 왔으면 쌀국수를 먹어야 한다며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은 전통음식이 아니라며 먹어보란다. 갓 베트남에 도착한 여행자로 보였던걸까? 쌀국수는 이미 몇번 먹긴 했고 사실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볶음면의 양도 많았고, 국물까지 가득 담긴 쌀국수까지 성의를 봐서 다 먹어야 하니 겉으론 웃으면서도 속으론 꽤나 난감해 했다. 

에라이 모르겠다. 한국인 체면이 있지! 볶음면을 빨리 해치우곤 쌀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하노이에 있는 내내 이런 일들이 생긴다. 베트남 문화가 전반적으로 그런건지, 아니면 내 팔자가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도통 혼자 여행하는 기분을 내기가 어렵다. 어디를 가든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고 여행용(?) 사교성이 따로 있다고 의심이 들 정도로 나또한 사람을 대하는데 거리낌이 없고 가리지 않는다. 이러다 범죄에 노출이 되어도 이것 또한 내 운명이라며 넘기곤 한다. 혼자 밥을 먹고 있으면 주인장이든, 옆 테이블의 손님 등 말을 걸어온다. 질문의 내용은 특별할건 없다. 어디서 왔는지, 왜 혼자 여행하는지 등에 대해 묻는데 망설임이 없다. 태국도 마찬가지였지만 베트남이 조금더 표현에 직설적이라 해야할까? 


처음보는 가운데 친구에게 쌀국수와 커피를 얻어마셨다. 그리고 앞으로 두번을 더 만나게 된다@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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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를 맛있게 먹으며(속으론 배터져 힘들어 하면서) 그녀와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다 먹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곤 이번에는 커피를 사겠다며 맞은편 카페에서 내가 계산하려 하기도 전에 계산을 끝마친다. 모든게 순식간이다. 어느덧 처음 보는 여성이 주는 쌀국수를 배불리 먹곤 이번에는 커피까지 얻어마시고 있는 어리둥절한 나였다. 

카센터에서 근무하는 그녀는 딱히 한국에 관심이 있거나 호기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치 원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흔한 일상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래도 쌀국수와 커피를 사준 호의에 보답을 하고 싶어 내일 만나기로 하고, 서로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하여튼 베트남인들의 쿨함은 정말 매력적이다.


@super-traveler.com


호기심에 물담배를 피워봤다. 생각보다 스킬이 필요한 담배였다@super-traveler.com


여행자 거리를 걸으며 엽서가게, 이미테이션 매장, 여행사를 둘러본다. 사실 하노이에서 별다른 계획 없이 여행중이던 나는 다음 여행지를 어디로 정해야 할지 조금씩 고민이 들기 시작했는데 현지인들이 추천하던 푸꿕으로 향할지, 아니면 사파 트래킹을 할지 혹은 중국으로 갈지 고민중이었다. 여행사에서 상담을 받고 정보를 접하니 머릿속은 더 복잡해진다.


나, 홍, 따오, 모토다, 레이니, 로니카 아시아연합! @super-traveler.com


저녁이다. 
따오가 출근을 했고, 홍은 오늘밤도 맥주를 마시자며 유혹해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 안그래도 따오에게 맛난 저녁도 사야한다. 지난밤 함께한 일본인 모토다씨가 투숙객 둘을 섭외했다며 인사를 시키는데 필리핀에서 온 절친 레이니와 로니카씨였다. 베트남 여행중이며 필리핀인 답게 영어가 매우 유창한 그녀들이었다. 어제 멤버에 두 여성이 추가되어 또 한바탕 맥주파티가 펍도 아닌 호텔 프론트에서 시작된다. 정말 쿨하다. 함께 돈을 모아 맥주와 맛있는 안주를 포장해 와선 파티 시작!

레이니씨와 로니카씨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로니카씨의 약혼남은 다름아닌 한국인이었다. 내가 한국인임을 알고 난뒤 무척 반가워 한다. 경희대학교 유학계획도 모두 짜놓았고 한국에서의 생활에 설레여 보인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꽤 오랬동안 연애를 했고 그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응원만큼 걱정도 아끼질 않았다. 한국 사회에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과 여성의 귄위등에 대해서 말이다. 그녀는 이미 숙지한듯 유쾌하게 받아 넘긴다. 


다시 호찌민으로 가야하는 모토다씨의 명함을 받고@super-traveler.com


그렇게 베트남인, 일본인, 한국인과 필리핀인이 알콜에 속도를 내며 취해간다. 중간 몇몇 외국인 투숙객들이 자리에 앉았다 갔지만 이름도, 국적도 딱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생각해보면 태국에서는 이렇게 놀진 않았다. 문득 하노이에서의 첫날. 도착하자마자 이곳의 무질서에 질려 왜 왔나 싶을 정도로 괴로워했던 내가 떠오른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잘지낸다. 사이공 등 다른 지역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하노이는 정말 쿨하다. 

맥주 잔을 부딧치며 종일 따오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홍이 귓말로 따오와 사귀라고 조언아닌 조언을 한다. 홍!! 내가 따오랑 띠동갑 이상 차이가 난다고!!라 말을 해도 문화가 다른지 그게 뭐 어때서란 표정이다. 하여튼 재밌다 이 친구들.


맥주를 다 마시고 홀로 해장 커피를 사러 거리에 나섰다@super-travel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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