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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 Thailand/태국에서 120일

태국에서 120일 #66-나의 쿨한 베트남 친구들 part3

by 슈퍼트래블러 2017.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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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언을 자청하며 어느덧 나도 베트남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자주 내뱉는 말이 쿨(Cool)로 베트남인들은 정말 쿨하다. 뭐든 시원시원하고 거침이 없다. 의사표현이 분명하다. 그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그리고 딱딱한줄만 알았던 그들이지만 어느덧 호텔 근처의 주민 그리고 상인과 친해져 아침마다 인사를 나눈다.

“오늘은 어디 걸거예요?”
“신짜오! 글쎄요 계획없어요!”


알아서 시켜줘 또이!@super-traveler.com

어제였다.
혼자 노점에 앉아 식사를 하는데 한 베트남 여성분이 내게 쌀국수를 시켜주고선 커피까지 사준다. 순식간에 벌어진 어리둥절 했던 일이지만 무척 반가운 경험으로 오늘은 그녀에게 저녁을 대접하기로 했다. 페이스북 메신저로 약속 시간을 정하고 장소는 이곳 여행자 거리까지 직접 찾아오겠단다.

그녀를 만나 우선 정확히 이름부터 물었다. 나는 도저히 여행내내 베트남어에 감이 잡히질 않았다. 무려 6개의 성조에, 로마자를 쓰긴 하나 영어 발음 그대로 읽어 이들앞에 말을 하면 그야말로 망신이 따로 없다. 그녀는 또이(Xoài thối)라 불러달라 한다.

내게 무얼 먹고 싶냐는 질문에 펍, 노점도 상관이 없으니 베트남 젊은세대가 가는 흔한 장소로 부탁했다. 그녀가 안내한 곳은 예상보다 싱겁게도 프라이드 치킨을 파는 술집이었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전기통닭 구이로 다른점이라면 닭의 머리까지 그대로 튀겨 먹는내내 닭과 마주해야 했다. 아무렴 어떠랴 내가 그리 부탁을 한건데.



베트남 전통음식을 기대했지만 통닭이다. 그러나 닭은 항상 옳다

@super-traveler.com

참 밝은 친구다. 카센터에서 근무하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온라인으로 자동차 휠 등 부속품을 판다고 한다. 친오빠와 함께 사업을 하고 있고 오빠는 놀기 바쁘다며 본인이 거의 일을 도맡아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돈도 본인이 훨씬 더 많이 챙긴다며 즐거워 한다. 한국 여행에 관심이 많아 내게 묻기도 한다(결국 2016,2017년 두차례에 걸쳐 서울에 왔고 저녁시간을 함께 보냈다)

태국과 마찬가지로 자국 남자 흉을 본다. 사실 많은 외국인들이 이말에 낚여(?) 역시 우리가 최고야라며 착각을 하는데 어디까지나 투정에 불과하다. 마치 며느리나 시어머니를 흉보는 느낌과 비슷하니 혹여라도 베트남 남성은 별로고, 상대적으로 우리가 최고란 생각은 갖지 말자. 



비아 사이공@super-traveler.com


내게 베트남 여자에 대해 관심이 없냐 물어보기에 여행 첫날 첫눈에 반한 '브안'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놀라워하며 베트남에서 흔한 얼굴이라며 마치 내 콧대가 낮은것 같다는 표현을 하며 재밌어 한다. 은근 빈정 상할뻔 했다. 말이 나온김에 한국 남자에 대해 물어보았다. 거두절미 하고 버터플라이란 표현을 쓴다.


성격이 얼마나 밝은지 모른다. 사업수완도 좋은듯 하다@super-traveler.com

나비.


이 말은 태국에서도 자주 들었던 이야기다. 이곳에서는 바람피는 남자를 나비(버터플라이)라고 표현을 한다. 나름 깊이 있는 경험을 위한 여행 중이라 일탈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때론 같은 한국인이라며 나까지 나비 취급을 할때가 많아 억울한 일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억울하다 한들 어쩌랴. 일부 한국 남자들이 태국 그리고 베트남 현지에서 저질러 놓은 짓들은 품격없고, 실로 양아치스러운건 인정해야한다. 내가 뒤집어 쓰던, 대신 욕을 먹어도 할말이 없다. 나는 여행내내 이런 한국인들에게 굉장히 민감해 있었다. 파타야에서 한국인 남성과 욕을 하며 싸웠던 일도 이런 배경 때문일지도..

그러나. 외국 여행중이라며 더 특별히 행동할 것도 없이 한국에서의 모습과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여행을 하니 이런 내 모습에 진정성을 느꼈는지 그들은 마음을 열고 나를 좋은 사람이라며 치켜 세워준다. 한낱 일탈의 욕구 대신, 더 좋은 친구와 경험을 함께 얻게 된 셈이다. 사실 한참인 나이이기도 하며 싱글이기도 한 난들 왜 유혹이 없었겠냐만, 굳이 이들에게 일회성 관계로 접근하고 싶진 않다. 일부지만 부디 책임지지 못할 행동은 제발 삼가하자. 다른 한국인들이 피해를 본다.

또이도 나는 좋은 남자로 보인다고 말을 하는데 칭찬이긴 하지만 묘하게 찝찝하다. 




가게 셔터를 내렸다. 그러나 가게 영업은 이어간다@super-traveler.com


베트남은 12시면 술집을 운영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욕구 만큼은 완벽한 규제를 할 수 없는 모양이다. 사장은 입구 문을 걸어 잠그고 영업을 이어간다. 또이와 맥주 빈병을 쌓아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하고 또이는 오토바이에 올라 집으로 향한다. 좋은 시간이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정말 쿨하다.

그나저나.. 잠깐만. 너 음주운전 아니니?



또이를 보내고 알콜이 2% 부족해 마켓에서 자갈치에 맥주를 마신다. 무한도전과 함께@super-travel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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