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서 이곳으로 온지 며칠째. 나는 그야말로 형편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중국에 갈거야, 아니면 방글라데시를 갈거야, 아니면 태국을 더 여행할거니?! 스스로에게 질문과 숙제를 쏟아내지만 정작 나는 천하태평이다. 늘어지기 좋은 매홍손의 빠이에서도 이렇게 지내지는 않았다.
깊어가는 카오산로드의 밤@super-traveler.com
딜레마에 빠졌는지 슬슬 태국음식도 지겹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한국음식에 기웃거리고 싶진 않았다. 이건 뭐랄까 자존심 싸움이라 해야하나? 물론 알고 있다. 똥고집이란걸. 하지만 서양식이라면 어떨까? 고민이던 내 욕구를 100% 채워준 음식이 있었으니 그건 다름아닌 카오산로드의 스테이크다.
여행을 해본 분들은 잘 아실거다. 태국인의 바베큐 쿠킹 실력은 그야말로 끝내준다. 예컨데 닭꼬치 같은 경우, 생각보다 굽기가 까다롭고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데 이들은 고소한 냄새를 풀풀 풍기며 현란한 동작으로 고기를 굽는다. 태국 어디를 가든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루는 카오산로드를 걷다가 젊은 직원들로 정신없는 노점을 발견. 호기심에 가보니 스테이크를 파는 노점이었다. 식사를 즐기는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음식을 보니 이거 보통 퀄리티가 아니다. 가격표를 슬쩍 본다. 비싸지 않다! 바로 착석해서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메뉴를 보니 소고기의 가격은 결코 호주 등 수입산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태국산이란 뜻인데 이전 경험으로 육질이 질겨 먹기가 조금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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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혹은 부부로 보이는 두 남녀가 그릴 위에서 고기를 굽는다. 스테이크야 한국에서도 언제든 먹을 수 있는건데 굳이 이곳까지 와서 먹는 이유를 저렴한 가격과 태국인의 요리실력에 애써 의미부여 해본다. 사실 이렇게 앉아서 혼자 칼질을 하고 있으면 꽤 많은 외국인들이 기웃거린다. 그만큼 본토의 시각으로 봤을때도 나쁘지 않은 퀄리티이기 때문.
나는 며칠동안 저녁은 이곳에서 해결했다. 여행의 방향을 잡지 못하던 시기라 적어도 입맛 만큼은 익숙함에 기대고 의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소소한 힐링이라 애써 의미부여를 하며 카오산로드의 밤에 스며든다.
볶음국수. 이렇게 발란스도 잡아본다@super-travel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