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여행을 정리해본다.
20일 후 귀국하는 리턴티켓을 들고 태국에 왔지만 나는 돌아가지 않았다. 걱정이 들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중 하나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게 방콕,파타야,코란,코사멧,우돈타니,치앙마이,치앙라이,빠이 그리고 베트남 하노이를 여행했다. 남들이 다 가는 치앙마이를 벗어나 치앙라이에 온 뒤로 몇주째 이곳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하루는 내가 너무 안락하고 편하게 여행을 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여행을 할 수도 있지만 애초 직장까지 그만두고 이곳에 온 이유는 편함을 쫓기 위한 것은 아니다. 나를 더 낭떠러지에 굴리고 싶었고, 지나칠 정도로 혼자 지내며 내 자신은 누구인지, 내 단점의 근원은 어디인지,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민물장어의 꿈 가사처럼. 지금 시기가 아니면 다시는 오지 않을..
오늘은 2015년 12월 21일. 결국 쉐라에게 최근 갖게 된 계획과 고민을 털어놓는다.
"아무래도 미친짓을 다시 도전해야겠어"
전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승무원인 쉐라 앞에서 내 영어실력은 한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내 계획을 말하는데 크게 무리는 없다.
"태국 북부의 모든 도시를 여행해야겠어"
"응 오토바이로"
"맞아 위험하겠지 그런데 꼭 해야겠어"
"맞아맞아 정말 위험할거야. 하지만 나는 레벨업이 필요해"
"알겠어! 31일전에는 꼭 도착해서 너네 가족 모임에 참석할게! 고마워"
태국북부의 크기는 정확히 한국땅과 비슷하다. 즉 오토바이로 대한민국을 한바퀴 도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중에는 미지의 도시도 있고, 오토바이로 닿기 어려운 여행지도 있다.
파야오,난,프래,우타라딧 셀 수 없이 많은 도시들. 외국인은 드문 로컬의 태국. 상상을 해보자. 어느 외국인이 오토바이에 짐을 주렁주렁 달고 한국의 철원이나 조치원 혹은 영주 같은 곳을 여행하면 참 낯선 풍경일 것이다. 우선 의문이 들겠지? 여기 볼게 뭐가 있다고..
쉐라는 내게 죽지 말라고 겁을 준다. 사실 계획의 확신은 이럴때 든다. 적어도 태국인이 봤을때도 내 계획은 위험한 도전인건 분명해 보였다. 머문 짠솜하우스의 직원들은 온갖 인상을 쓰며 가지 말라고 말린다. 아리랑 식당의 직원들은 무려 송별회를 해주겠다며 저녁에 나이트바자로 나오란다. 솔직히 송별회를 해준다 했을때 겁을 먹긴 했다. 도대체 얼마나 위험하길레 이 난리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