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 유심구입 그리고 택시 탑승까지 모든 게 능숙하다. 사실 태국 방문이 이번은 처음은 아니다. 불과 7개월 전 생애 첫 해외 여행지를 태국으로 정하고 보름간 가슴 떨리는 여행을 했었다. 물론 도망치듯 온 지금은 그때와 다른 마음이다.
택시를 탄다. "카우싼 플리즈"
방콕 도심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쉼 없이 달린다. 나는 어느덧 손에 통행료로 낼 잔돈을 쥐고 있었다. 익숙함의 연속들. 창밖으로 푸미폰 국왕의 사진을 보니 비로서 태국에 온 게 실감이 난다. 창문을 조금 열고 비 오는 밤공기를 쐬며 잠시 눈을 감는다.
새벽.
카오산 로드(Khao san road)의 시작인 버거킹 앞에 도착했다. 이 시간은 일탈의 막바지로 거리의 사람들은 널브러져 괴성을 지르며 취해있다. 언젠가 태국 여행의 꿈을 키워준 책인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에서 읽은 내용은 불과 십여 년 전의 분위기로 난 현재의 카오산 로드를 "전세계 범생이들이 날 잡고 일탈하는 이태원과 홍대를 혼합 시킨 장소"로 규정하기도 했다.
물론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커다란 배낭을 메고 갓 이곳에 도착한 여행자들도 있듯, 아무리 변질되었다 한들 카오산 로드란 브랜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여행자들의 성지인 것이다. 저렴한 숙소, 풍부한 여행 상품들, 그리고 세계의 축소판처럼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카오산 로드이다.
카오산 로드@super-traveler.com
Expedia(익스피디아)로 예약한 숙소는 경찰서 근처에 있어 가로질러 간다. 프로모션중인 레이디 보이가 비 맞고 걷는 내게 우산을 씌워주며 호객을 한다. 몇 개월 전 처음 태국에 왔을때는 레이디보이, 트렌스젠더등 이질적인 모습에 적응이 필요했는데 내심 이 풍경들을 마주하니 너무나 반갑다.
인도인이 운영하는 숙소에서 체크인한다. 5kg이 될까 말까 한 가벼운 배낭이라 직접 들고 올라가는데 굳이 객실까지 직원은 안내한다. 팁을 달라는 뜻인데 주진 않았다. 주는 게 맞는지 아닌지 감을 잃었다. 멍청하게 침대에 앉아 주는게 맞는거였는지 아닌지 따위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배낭을 던져두고 람부뜨리(Rambuttri) 길로 향한다.
람부뜨리 노점식당@super-traveler.com
익숙한 도로변의 식당. 치킨 볶음밥을 시키고 창맥주를 들이킨다. 이곳은 지난 태국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온 식당이다. 식사를 하며 다시 태국에 또 올 수 있을까? 등의 생각을 했던 그 장소다. 기분이 씁쓸하다. 마음이 편해져야 하는데 자꾸 악화하는 기분이 든다. 다시 묻는다.
“나는 지금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엄마 미안해.."
2015년 10월 6일 비오는 카오산의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