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철도를 타고 수완나폼 공항에 도착해 젯스타(Jetstar)항공 카운터로 향했다. 탑승권을 발급 받으려는데 직원의 영어를 알아듣기가 힘들다. 천천히, 쉬운 단어로 말해달라 다시 부탁했지만 역시나 마찬가지다. 보통은 몇분내로 처리가 되는데 시간은 점점 길어진다. 혹시 내게 무슨 문제가 생긴건 아닐까?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곧 직원의 상사쯤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오더니 내 눈높이에 맞는 영어로 친절히 설명해주기 시작한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편도 티켓으로 하노이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 웹서핑을 하다가 이런 글을 얼핏 본것 같다. 자세히는 못봤지만 리턴 티켓이 없으면 입국거부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말이다. 그런데 그걸 하노이 입국장도 아닌 항공사 카운터에서 제제를 하는건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다.
일찍 온 보람이 없었다@super-traveler.com
비자를 받아 하노이에서 중국으로 갈 예정이라고 말을 하니 중국으로 향하는 육로나 항공권을 보여달라 한다. 그게 있을리가 있나. 무계획으로 여행중인데 말이다. 이건 내가 어찌 할 상황이 아닌듯 하다. 우선 영어가 능숙해야 협상이라도 할텐데 태국을 누비며 했던 엉터리 영어는 여기에선 통하지 않는다. 그 누구말대로 자괴감마저 든다.
일단 작전상 후퇴한다.
내 눈높이에 맞춰 영어로 설명해주신 붉은색 유니폼의 젯스타 항공 직원
@super-traveler.com
공항 구석에 앉아 전투적으로 웹서핑을 한다. 그러나 내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결과를 찾을 수가 없다. 초조해서인지 집중력도 흐려지고 검색도 버벅거린다. 한국의 빠른 인터넷이 간절하다. 한국보다 느려도 지금까진 크게 불편하진 않았는데 말이다.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고 비장하게 왔지만 초라하게 되돌아가야 하는 상상이 머릿속을 뒤흔든다.
그러다 번뜩! 묘안이 떠올라 바로 실행에 옮긴다. 스마트폰을 한참 만지다가 다시 젯스타 카운터로 향한 나는 자신있는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직원에게 보여주었다. 곧 배낭에 태그를 붙이고 내게 항공권을 보여주며 게이트등을 체크해준다. 작전성공이다. 보안검색대도 당연히 무사통과에 면세점을 기웃거리다 젯스타 항공 방콕발 하노이행 게이트에 앉아 여유를 부린다.
@super-traveler.com
오예! 스모킹룸@super-traveler.com
@super-traveler.com
지금부터 재능기부, 아니지 잔머리 기부를 남겨본다.
나는 구석에 앉아 어플리캐이션으로 하노이발 인천행 제주항공을 예매했다. 예매 당일 취소는 수수료가 무료다. 그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후 다른 분들의 여행기를 보면 이 방법을 꽤나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하노이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항공권을 예매하고 캡쳐를 한 뒤 직원에게 보여준것이다. 방콕에서 하노이로, 그리고 하노이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모든 항공권을 갖추게 된 셈이다. 물론 하노이에 도착해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예매를 취소해버렸다.
기쁨의 흡연이다@super-traveler.com
이 방법은 몇주 후 하노이에서 방콕으로 왔을때도 써먹었다. 수완나폼 입국 심사대에서 편도 티켓에 대해 묻기에 출발전 미리 예약한 방콕-인천 제주항공 티켓을 보여주니 아무 문제 없이 통과되었다. 물론 빠져나오자마자 예매티켓을 취소했는데 이쯤되면 제주항공에 미안할 상황이 아닌가 싶다.
@super-traveler.com
짜릿한 경험이었다. 직접 겪지 않으면 언제 또 이런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까? 그래도 찝찝함이 마음에 남지만 당차게 비행기에 오른다. 이렇게 10월5일 태국으로 들어와 25일만에 이곳을 떠난다. 애초에 며칠전 진작 한국에 갔어야 했는데 비행기에 오르지도 않았던 나다. 무계획이지만 하나둘 차곡차곡 무언가 쌓이는 기분이 든다. 기다려라 하노이! 기대된다 하노이!
by슈퍼트래블러
-현재까지 이동경로
방콕 - 파타야 - 꼬란 - 우돈타니 - 치앙마이 - 빠이 - 코사멧 - 아유타야
-함께 읽으면 도움되는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