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맛에 여전히 정신이 아찔하지만 이 훌륭한 음식들이 에너지가 되어 수다로 이어진다.
사장님, 사모님 부부는 선교사로 중국에서 생활하시다가 이곳 치앙라이로 오셨다고 한다. 그리고 태사랑 회원님께서는 라차밧 대학교(Rajabhat Chiang Rai University)에 유학 생활중이셨다. 방콕이나 치앙마이등 태국을 대표하는 큰 도시가 아닌 북쪽의 끝, 치앙라이를 기반으로 삶을 꾸리시는 이유가 무척 궁금했다.
질문은 내가 드렸는데 어느덧 보니 내 여행 이야기에 집중을 하고 계신다. 여행을 떠나기전 서울에서 했던 일들, 그리고 태국과 베트남을 둘러보며 동남아에 대해 느낀 감정들을 솔직히 말씀드렸다. 특히 사장님께서(이제 형님이라 칭하겠다)는 서울에서 내가 했던 일들에 깊은 관심을 보이셨다.
툭콘의 깔끔한 내부모습@super-traveler.com
나는 여행을 떠나기전 정치쪽일을 했었다. 개개인의 정치성향을 존중하려 노력하지만 특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이쪽일에 더 열정을 띄며 세상의 변화에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자 노력을 했었다. 팟캐스트 프로듀셔를 하고, 수많은 정치인과 일을 했으며, 정치 행사를 기획하고 주도하기도 하며 한때는 언론 인터뷰를 하기도 했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정치인이 설립한 언론사에 소속되어 뜻을 펼쳤지만 그와 일이 틀어졌다. 매우 조잡하고, 유치하며, 격떨어지는 일로 말이다. 배신감을 느껴 사무실의 짐을 챙겨 들고 홀연히 사라진 나였다. 다시는 정치인 따위 거들떠도 안보겠다며 얼마나 분노하고 상처를 받았는지 모른다.
실무진으로 활동하며 겪은 일들의 나열에 형님께서 위로를 해주신다. 말씀을 나누다보니 정치성향이 나와 꽤 비슷하셨다. 사실 이걸 정치성향으로 분류하기는 애매하다.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의 죽음, 여론의 반대에도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는 박근혜 정부. 그외 언론탄압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 양심과 상식이 있으면 good & bad 쯤은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2015년 시점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하지만 재판은 현재 진행형이다@sbs.co.kr
과거를 잊기 위한 목적의 여행이라 되도록 나누고 싶지 않은 주제의 이야기였지만 타지에서 하는건 또 다른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공감대 형성에 아무런 격차가 느껴지지 않는 분들을 마주하고 있어서인지 시간가는줄 몰랐다. 나야 그저 한량처럼 목표 없이 여행을 하고 있지만 이분들이 느끼는 무게감은 나와 다른 것이다.
예전 다큐나 교양프로그램을 볼때 해외교민들이 한국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각자의 공동체에서 애국심외 딱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는 깊은 감성을 타지에서 어떻게 녹여내는지 흥미롭게 본 기억이 있는데, 지금 이 시간이 딱 그 느낌이었다. 선교사와 유학생에 앞서 대한민국 국민이고 동쪽으로부터 전해오는 작은 소식 하나에도 삶의 폭은 크게 달라진다. 거기에 해외 방랑자 타이틀로 끼어들고 싶은 나였다.
지금 이시간. 우리는 정치 논쟁을 해외에서 한가롭게 나누는게 아니다.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길게 말해 뭐하리~
툭콘에서는 케익과 쿠키도 팔구요@super-traveler.com
치앙라이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태국인의 민족성, 태국북부의 성향, 태국어 등. 개척가로 이 낯선 곳에서 삶을 이어가시는 이분들에게 존경의 마음 마저 들었다. 뜻깊은 자리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다시 숙소로 향하는 길. 많은 생각이 든다. 그동안 너무 갖혀 살았다. 너무 좋은 분들을 만난 느낌이다.
세분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 했어야 했나 싶다. 여행중 손에 꼽힐 정도로 멋진 추억을 선물해주신 감사한 분들이다.@super-traveler.com
by슈퍼트래블러
여행중 또 찾아오라 말씀하셨는데 그 뒤로 한번도 찾아뵈어 인사를 드리지 못했다. 치앙라이에서 무려 두달넘게 지내면서 말이다. 늘 오토바이 타고 구석구석을 누비며 되도록 현지문화를 더 살펴보는 패턴으로 여행을 하며 깊게 빠져있었다. 물론 보기 좋은 핑계다. 2년이 지난 지금. 이 글과 가게 소개 글을 쓰며 마음의 빚을 겨우 갚아보려 한다. 언젠가 다시 치앙라이로 향하거든 꼭 찾아뵈어 인사를 드려야겠다. 내 개인적인 경험은 둘째치더라도, 음식의 맛은 정말 환상적이었으니까. 이따금 서울에서 라볶이를 먹을때도 툭콘의 맛을 그리워할 정도였으니까.
-툭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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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콘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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